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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평석

중고거래 편취금과 부당이득 — 대법원 2024다216187 판결

2026년 10월 20일

대상 판결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다216187 판결부당이득금[보이스피싱 범죄자가 피해자 계좌에서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채권자 계좌로 송금한 금원이 부당이득인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

이 글은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피해자 계좌의 돈을 중고 순금 거래대금으로 송금한 경우 판매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성립하는지를 다룬 판례를 분석한다. 핵심 쟁점은 판매자의 금전 취득에 법률상 원인이 있는지, 판매자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누가 증명하여야 하는지이다.

Ⅰ. 사안의 개요

  • 피고는 2021. 6. 2.경 중고거래 인터넷 사이트에 100돈짜리 순금 목걸이를 2,90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게시하였다. 피고는 다음 날 거래상대방을 만나 제3자 명의로 자신의 계좌에 3만 원을 이체받았고, 나머지 대금을 받은 뒤 거래를 마치기로 하였다.

  • 원고는 2021. 6. 4. 자신의 딸을 사칭한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범죄자에게 속아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하였다. 범죄자는 그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원고 명의 계좌에서 피고 명의 계좌로 2,895만 원을 이체하였다.

  • 피고는 제3자 명의로 위 금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한 뒤 거래상대방에게 순금 목걸이를 건네주었다. 거래상대방은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공모하여 피고로부터 금제품을 받아 가는 역할을 한 사기 범행으로 기소되었고,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 원고는 피고가 받은 2,895만 원이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라고 주장하며 반환을 청구하였다. 제시된 판결문에는 제1심의 구체적인 판단 내용이 나타나 있지 않으나, 원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계좌이체의 원인이 되는 법률관계가 없고 피고에게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하였다.

  • 피고가 상고하자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

Ⅱ. 쟁점

(1)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피해자 계좌의 돈을 중고물품 거래대금채무의 변제에 사용한 경우, 그 돈을 받은 판매자의 취득에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법률상 원인이 인정되는가.

(2) 판매자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은 어떤 의미이며, 그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와 판매자 중 누구에게 있는가.

Ⅲ. 판결 요지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다216187 판결은 부당이득제도가 단순히 당사자 사이의 직접적인 계약관계 유무만을 기준으로 작동하는 제도가 아니라, 재산적 가치의 변동을 공평과 정의의 관점에서 조정하는 제도라고 전제하였다.

부당이득제도는 이득자의 재산상 이득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하는 경우에 공평과 정의의 이념에 근거하여 이득자에게 그 반환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으로서, 특정한 당사자 사이에서 일정한 재산적 가치의 변동이 생긴 경우에 그것이 일반적·형식적으로는 정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들 사이의 재산적 가치의 변동이 상대적·실질적인 관점에서 법의 다른 이상인 공평의 이념에 반하는 모순이 생기는 경우에 재산적 가치의 취득자에게 가치의 반환을 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모순을 해결하려는 제도이다.

범죄자가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였다면, 채권자가 그 금전의 편취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가 아닌 한 그 취득에는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하면서 그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채권자의 금전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대법원은 중대한 과실을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로 한정하고,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관한 증명책임이 피해자에게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채권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수령한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 등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는 것을 말하고, 채권자가 수령한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순금 목걸이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리고 거래대금을 받은 뒤 물건을 인도하였다. 대법원은 제시된 사정만으로 피고가 입금된 돈이 보이스피싱 편취금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Ⅳ. 검토

(1)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인정되려면 상대방이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이 손해를 입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의 금전 취득을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2) 대법원은 직접적인 법률관계의 부재와 부당이득의 성립을 곧바로 연결하지 않았다. 편취된 금원이 실제로 순금 목걸이 거래대금채무의 변제에 사용되었고 피고가 그 대가로 목걸이를 인도하였으므로, 피고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 없이 변제를 수령하였다면 피해자인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도 법률상 원인이 인정된다고 보았다.

(3) 여기서 악의는 수령한 금원이 편취된 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뜻한다. 중대한 과실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그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는데도 주의하지 않은 경우와 같이,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상태를 의미한다.

(4) 그 증명책임은 반환을 구하는 피해자에게 있다. 피해자는 단순히 자신과 수령인 사이에 거래관계가 없었다는 점을 넘어, 수령인이 편취 사실을 알았거나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으로 알지 못하였다는 점까지 증명하여야 한다.

(5) 피고는 공개된 중고거래 사이트에 순금 목걸이를 매물로 올리고 거래상대방을 직접 만났으며, 계좌 입금을 확인한 뒤 물건을 인도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이 든 사정만으로 피고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6) 원고가 직접 송금하지 않고 범죄자가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이체하였다는 사정도 결론을 달리할 근거가 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기망으로 직접 이체한 경우와, 피해자가 설치한 원격제어 프로그램이나 제공된 정보를 이용하여 범죄자가 이체한 경우를 구별하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7) 이 판결은 부당이득제도의 성격에 관하여 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다5531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기초로 하였다. 편취금이 채무변제에 사용된 경우 선의이고 중대한 과실이 없는 채권자의 취득에 법률상 원인을 인정하는 부분은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다53733, 53740 판결,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4246 판결 및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다232557 판결의 법리와 이어진다.

Ⅴ. 이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중고거래 판매자의 계좌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입금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판매자에게 곧바로 환불 또는 부당이득반환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 기준을 확인하였다. 판매대금채무의 변제라는 법률상 원인이 존재하는지와 판매자에게 편취 사실에 관한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하여야 하며, 그 증명책임은 피해자가 부담한다.

다만 거래 방식, 입금 명의, 거래상대방의 언행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의 인정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

Ⅵ. 참조조문 · 참조판례

  • 민법 제741조

  • 민법 제741조, 민사소송법 제288조[증명책임]

  • 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4다5531 전원합의체 판결(공2015하, 1047)

  •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다53733, 53740 판결(공2008상, 510)

  • 대법원 2012. 1. 12. 선고 2011다74246 판결(공2012상, 261)

  • 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다232557 판결

출처

  1.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다216187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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