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평석
성희롱·직장 내 괴롭힘의 책임 — 대법원 2020다270503
2026년 10월 20일
- 대상 판결
-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손해배상(기)
이 글은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을 대상으로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기준을 다룬다.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죄가 확정된 경우에도 피해 진술과 주변 정황을 종합하여 민사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Ⅰ. 사안의 개요
원고는 2014. 3.경부터 대학교 어린이병원 후원회의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지원 대상 어린이 환자와 지원 범위를 정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피고는 대학교병원의 외래진료교수이자 후원회 이사로서 후원회 행사를 직접 기획·진행하고 직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거나 질책하였다.
원고는 2015. 10. 15. 후원회가 주최한 자선골프행사를 위해 피고의 승용차로 행사장에 갔고, 골프장 클럽하우스 VIP룸에서 피고의 업무를 보조하였다. 행사 종료 후에는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피고의 승용차 뒷자리에 피고와 함께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원고는 외래진료실과 VIP룸 및 승용차 안에서 신체적 성희롱을 당하였고, VIP룸에서는 신체와 체형 등에 관한 언어적 성희롱도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피고가 회초리로 쓸 나뭇가지를 가져오게 한 뒤 그 나뭇가지로 원고의 엉덩이를 때리고 어깨를 밀쳤으며, 평소에도 상습적으로 모욕하였다는 주장도 제기하였다.
원고는 행사 다음 날 후원회 사무국장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그 지시에 따라 피해 내용과 경위를 표로 작성하여 전송하였다. 2015. 10. 27.에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였고, 피해내용 정리표와 고소장에는 이 사건 청구원인 중 2차 가해를 제외한 피해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관련 형사사건에서는 VIP룸에서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에 관하여 제1심 무죄가 선고되었고, 검사의 항소가 기각된 뒤 상고가 제기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되었다. 민사 제1심을 거쳐 항소심인 원심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였다.
Ⅱ. 쟁점
(1) 피고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상 우위를 이용하여 한 신체적·언어적 행위가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여 민법 제750조 및 제751조의 불법행위책임을 발생시키는가.
(2) 관련 형사사건에서 무죄가 확정되었더라도 피해 진술의 일관성, 피해 직후의 보고와 문서 작성, 피고 진술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원고 주장 사실의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
Ⅲ. 판결 요지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되는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의 의미
대법원은 성희롱을 업무·고용 등의 관계에서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요구를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등으로 보았다. 성적 언동인지는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상대방과 같은 처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상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로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경우에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이 된다. 이러한 행위는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甲 대학교 어린이병원 후원회의 계약직 직원인 乙이 甲 대학교병원의 외래진료교수이자 후원회의 이사인 丙을 상대로 신체적·언어적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乙의 주장 내용이 사실일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고, 丙의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이자 ‘성희롱’에 해당하여 乙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심리미진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은 원고가 피해 다음 날 곧바로 피해 사실을 알리고 구체적인 피해내용 정리표를 작성한 점, 이후 고소장과 관련 형사사건에서의 진술이 대체로 일관된 점을 고려하였다. 피고도 원고에게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며 나뭇가지를 가져오라고 한 사실 등 당시 상황의 일부를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 주장 내용이 사실일 고도의 개연성이 증명되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였다. 원심이 증거 부족만을 이유로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한 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Ⅳ. 검토
(1) 이 판결은 민법 제750조의 일반 불법행위책임과 제751조의 정신적 손해배상책임을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에 적용하였다. 성희롱의 개념은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를 기초로 하되,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보다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평균적 사람의 인식을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2) 성희롱과 형사상 강제추행은 심리 대상과 성립 기준이 같지 않다. 관련 형사사건의 공소사실은 업무·고용 관계에서 보호·감독을 받는 원고를 위력으로 추행하였다는 것이었고, 성적 언동이나 성적 요구에 관한 성희롱 자체가 직접적인 공소사실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관련 형사사건의 무죄만으로 민사소송에서 주장된 신체적·언어적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 전체를 곧바로 배척할 수는 없었다. 민사법원은 각 청구원인에 해당하는 행위와 그 정황을 구분하여 심리할 필요가 있었다.
(3) 대법원은 개별 증거를 분리하여 평가하기보다 피해 제기 시점, 최초 보고의 내용, 피해내용 정리표와 고소장의 구체성, 진술의 일관성, 피고 진술과의 접점을 함께 검토하였다. 이는 은밀하거나 지위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행위의 사실인정에서 사건 전후의 정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4) 직장 내 괴롭힘의 판단에서는 형식적인 직급만이 아니라 실제 업무관계에서의 우위가 문제 된다. 피고가 후원회 이사로서 행사를 기획·진행하고 직원들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하거나 질책한 사정은 원고에 대한 관계상 우위와 업무 관련성을 판단하는 자료가 된다.
원고에게 회초리감으로 쓸 나뭇가지를 구해 오게 하고 이를 이용하여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였다는 주장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의 문제로 평가될 수 있다. 신체와 체형을 훑어보며 한 발언은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는 성적 언동인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5) 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과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은 성적 언동의 객관적 판단 기준에 관한 법리로 이어진다. 이 사건 판결은 그 법리를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에서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의 성립 여부를 심리하는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Ⅴ. 이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이 민법상 불법행위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관계상 우위, 업무 관련성, 행위의 내용과 피해 직후의 대응을 종합적으로 심리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관련 형사사건의 무죄가 민사상 청구원인 전부를 당연히 배척하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며, 실제 책임의 성립 여부는 각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Ⅵ. 참조조문 · 참조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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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750조, 제751조, 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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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공2018상, 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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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공2021하, 2051)
출처
- 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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