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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수거책의 고의와 공모 — 대법원 2024도15240 판결

2026년 10월 18일

대상 판결
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4도15240 판결사기·주민등록법위반·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
대상 판결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사기·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공문서위조·위조공문서행사·금융실명거래및비밀보장에관한법률위반·주민등록법위반

이 글은 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4도15240 판결과 그 선행 판례인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을 다룬다. 핵심 쟁점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 범행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고 주장할 때 공모와 사기죄의 고의를 어떠한 기준으로 인정할 것인지이다.

Ⅰ. 사안의 개요

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4도15240 판결의 피고인은 2021년 11월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거하였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고인은 14회에 걸쳐 합계 2억 8,503만 원을 교부받았고, 금융기관 관련 문서파일을 출력하여 피해자들에게 교부했으며,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27회에 걸쳐 합계 2,685만 원을 무통장 송금하였다.

제1심은 사기, 주민등록법 위반,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은 피고인에게 사기죄 등에 관한 고의가 없다고 보아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으나, 검사의 상고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되었다.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의 피고인도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해 업무 제안을 받은 뒤 여러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받아 전달하거나 지정 계좌로 송금하였다. 그 과정에서 금융기관 또는 금융감독원 명의 문서를 출력하여 피해자에게 교부하고, 제3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송금인 정보로 사용한 행위 등이 공소사실에 포함되었다.

이 사건에서도 제1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나 원심은 피고인에게 사기죄 등에 관한 고의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검사가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환송하였다.

Ⅱ. 쟁점

(1) 현금수거책이 전체 보이스피싱의 구조나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 기망방법을 알지 못한 경우에도 사기죄의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는가.

(2) 피고인이 범죄임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다른 조직원의 직접진술도 없는 경우, 어떠한 간접사실과 정황사실을 통해 공모와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가.

Ⅲ. 판결 요지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은 공모에 정형화된 방식이나 전체적인 모의과정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여러 사람이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를 결합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려는 관계가 형성되면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취지이다.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가공하는 공범관계에서 공모는 법률상 어떤 정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2인 이상이 공모하여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되는 것으로서, 비록 전체의 모의과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하여 그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이러한 공모가 이루어진 이상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아니한 자라도 다른 공범자의 행위에 대하여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진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실제로 몰랐다면 고의가 없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 피고인의 부인이나 관련자의 직접진술 부재만으로 곧바로 무죄라고 판단할 수는 없고, 범의와 관련된 간접사실 및 정황사실을 경험칙에 따라 종합해야 한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볼 때 피고인이 범죄를 구성하는 일부의 행위를 실행하였음에도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행위를 하였을 뿐이라면서 공모사실이나 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범행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하여 공모사실이나 범행의 고의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피고인이 그 범죄사실을 인식하거나 혹은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 아니라, 사물의 성질상 피고인의 범의 내지 공모사실과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종합하여 그 범의나 공모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에게 요구되는 인식은 다른 공범과 의사를 결합하여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에 관한 인식이다. 이는 미필적 인식으로도 충분하며, 범행의 전체 구조나 구체적인 기망 문구까지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화 등 전기통신수단을 이용한 금융사기 조직범죄(이하 ‘보이스피싱’이라 한다)에서 현금수거책의 공모사실이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상통함으로써 범죄에 공동가공하여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

대법원은 의사연락의 내용과 수단, 업무 제안자를 직접 만났는지, 정상적인 계약서가 작성되었는지, 업무 경위와 절차가 통상적인지, 피해자를 만났을 때의 언동, 제시·교부한 문서의 생성 경위와 내용, 수거 횟수와 금액, 전달·송금 방법, 제3자의 개인정보 사용 여부, 보수와 지급방식, 피고인의 나이·지능·경력 등을 종합적 판단 요소로 제시하였다.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은 원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4도15240 판결은 같은 판단 구조를 재확인하였다. 피고인이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는 사정만으로 공모를 부정할 수 없다고 보고, 원심의 무죄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

Ⅳ. 검토

(1) 판단의 출발점은 형법 제13조의 고의와 제30조의 공동정범이다.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를 공동으로 실행한 책임을 인정하려면 범죄 실현을 위한 의사의 결합과 범행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지만, 명시적인 합의나 조직 전체와의 직접 접촉까지 요구되지는 않는다.

(2) 고의의 내용은 구체적 기망방법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구별된다. 현금수거책이 피해자에게 어떤 거짓말이 전달되었는지 세부적으로 몰랐더라도, 범죄에 공동가공하면서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점을 미필적으로 인식하였다면 공모와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

(3) 반대로 외형상 현금 수거·전달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고의가 부정되므로,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에 따라 관련 정황을 서로 연결하여 합리적으로 증명되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4) 제시된 판단 요소는 개별 정황 하나를 결정적 증거로 삼는 방식이 아니라 전체 경위를 종합하는 구조이다. 비대면 채용, 비정상적인 연락수단, 위조된 금융기관 문서의 출력·교부, 반복적인 고액 현금 수거, 제3자 개인정보를 이용한 무통장 송금과 같은 사정은 서로 결합될 때 범의와 공모를 추인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5) 판례의 흐름도 일관된다. 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도1706 판결은 순차적·암묵적 의사결합에 의한 공모 법리로, 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5080 판결은 구체적 기망방법을 몰라도 공모를 부정할 수 없다는 법리로 이어진다.

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5도1148 판결은 직접진술이 없더라도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과 정황사실을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근거가 되었다. 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4도15240 판결은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이 구체화한 현금수거책의 판단 기준을 다시 원용하였다.

Ⅴ. 이 판결의 의의

두 판결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처벌 여부를 직책의 명칭이나 피고인의 단순한 부인만으로 결정할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 채용 경위, 연락 방식, 문서 사용, 수거 규모, 송금 방법과 개인정보 사용 등 객관적 정황을 종합하여 미필적 고의와 공모를 판단해야 한다는 기준을 구체화하였다.

파기환송은 피고인의 유죄를 곧바로 확정한 결론이 아니라 원심의 무죄 판단을 다시 심리하도록 한 것이다. 같은 유형의 사건이라도 공모와 고의의 인정 여부는 각 사건에서 증명된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Ⅵ. 참조조문 · 참조판례

  • 형법 제13조, 제30조, 제347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공2025상, 338)

  • 대법원 1997. 9. 12. 선고 97도1706 판결(공1997하, 3215)

  • 대법원 2005. 5. 12. 선고 2005도1148 판결

  • 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5080 판결

출처

  1. 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4도15240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2. 대법원 2024. 12. 12. 선고 2024도10141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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